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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未完의 美學' -황진현-
  글쓴이 : gallery     날짜 : 10-12-01 14:59     조회 : 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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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빠르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도 속절없이 노년에 접어들었다.
노년에 일꺼리가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더욱이 죽을 때까지 정열을 쏟아 놓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아직도 그림을 그리려는 열정이 식지 않고 눈동자처럼 나를 지키고 채근하는 극성에 스스로 놀라며 기특하게 생각하는 요사이이다.
하기야 몇 십 년 벼루다가 시작한 일인데, 그래서 더욱 시간이 아깝기만 하다.
나에게 남겨진 시간은 얼마나 될까?
그것은 내 삶을 다하는 날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인식이 이제는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남겨진 시간을 이제는 헤아릴 수 있다. 시간이 촉박하다.
나는 아침 일찍부터 도시락을 싸들고 화실로 나간다.
도시락으로 저녁까지 떼우고 종일 그림과 씨름한다.
외계와는 완전히 단절한 생활이다.
저녁에는 기진맥진, 9시 뉴스만 보면 자버린다.
무엇인가 끝난다는 것은 이별을 의미하여 서글프고 아쉬움을 남긴다.
나는 그림을 끝내기를 싫어한다.
그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작업을 중단 할 뿐이다.
그것은 시작과 계속을 약속하기 때문이다.
완성된다는 것은 시간이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이 끝나버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체질상 완성이나 완벽을 싫어한다.
자로 젠 듯한 완전무결은 대하기에 답답하다.
약간은 어수룩하고 빈틈이 있으면 숨통이 트인다.
그 틈 사이로 많은 대화가 이루어진다. 훨씬 생명력이 있다. 
 
나는 동시에 수십점의 작품과 씨름한다.
작품마다 새로운 구상이 떠오르는 데로 간헐적으로 작업한다.
어떤 것은 몇 년씩 묵혀 둔다.
더 이상 손대면 그 아슬아슬한 긴장과 균형이 깨어질 것 같아서 그대로 놓아둔다.
막 꽃망울을 맺고 움트려는 그 순결한 상태가 가장 아름답다.
시작의 순간을 유지하고 싶다.
미완성이라는 것은 시간과 생명이 지속되고 있음을 암시해준다.
시간과 더불어 내 마음도 변한다. 내 마음이 자주 변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표면이 자꾸 두꺼워지기만 한다.나는 결코 덧칠한 표면을 긁어내지 않는다.
그것은 시간의 역사가 중첩되어 쌓여있기 때문에 아주 소중하고 아깝기도 하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모든 예술은 음악적 상태를 동경한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에 공명한다.
하버드 리드는 이 말을 달리 해석하고 있으나, 예술가가 창작을 함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가를 답해 주고 있다고 본다.
즉 음악적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균형과 조화는 회화에도 적용될 뿐 아니라 이 우주를 움직이는 원리이기도 하다.
불협화음이 있기 때문에 화음이 돋보이게 하고 화음으로 지향하는 감각의 역학운동이 발동한다.
의도적인 디포트메는 정상의 형태로의 복귀를 욕망하는 심리작용을 유발한다.
안정된 수평선을 파괴하는 사선(斜線)은, 창조적이고 감동을 준다.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는 슘페터가 경제발전 이론에서 거론한 경제학적 용어이기는 하나 예술에도 적용이 된다고 본다.
좋은 그림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우등생 그림을 나는 싫어한다.
추한 것도 아름다움이다. 좀 잘못 그리면 어떠하랴 나는 아동화를 가장 좋아한다.
매끈하고 잔잔한 것 보다는 역동적이고 치열한 것을 좋아한다.
나는 내 멋대로, 내 방식대로 그릴 것 이다. 팔이 마비되도록 그릴 것이다.
내 삶을 다하기 전에 절규하는 내 영혼의 소리를 보다 깊이 화폭에 심어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