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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현 미술관을 열면서

관장|황진현

가는 대체로  예술적 열정에 사로잡혀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배기지 못하는 성향이 있다. 작품이 유명해지거나 팔리리라는 기대는 두 번째 문제이다.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고자 한다. 작품으로 자기세계를 피력하고 감동을 전달하고자 한다.

가 외람되게도 개인 미술관을 열게 된 동기는, 일부분은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직접적인 동기는 그림을 너무 많이 그려서 그것을 소비하지 않고 애지중지 부둥켜 앉고 있었다는 것에 있다. 내가 사는 아파트 지하 약 100평에 그림을 소장하고 그 곳에서 몇 년을 작업을 해 왔었다.

희도 훨씬 넘긴 어느 날 아파트 관리 사무실에서 소방법이 개정되어 지하 사용이 금지 되었으니 철수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2003년, 연말.....갑자기 이 많은 분량의 그림을 받아줄 공공 미술기관도 없을 뿐 아니라 갑자기 누구에게 기증도 할 수 없었고 임시공간을 빌려서 수용 하더라도 또 이동해야 하는 문제를 생각하니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나이 70이 넘으면 신변정리를 위해서도 일을 벌리지 말라는 충고가 있는데, 그림의 영구보존을 위한 건물을 무리하게 구입하게 된 것이다. 우선 아파트 팔고, 있는 돈, 없는 돈을 꾸려서 투입한 것이었다.

가 특히, 필사적으로 ‘보존'에 애착을 느낀 것은 우리나라 사람 들이 그림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그림을 마구 버리고 있다는 사실에 매우 실망해서이다. 아파트 단지 안의 쓰레기통에는 이사철이 되면 아이들 그림, 유명한 작가의 그림이 마구 버려져, 마치 전사한 화가의 시체를 보는 듯 전율을 느꼈다. 내가 친히 잘 아는 화가의 그림을 주웠을 때는 차마 당사자에게는 말 못하고 고이 간직하고 있다. 나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친지에게 그냥 준 그림을 오래도록 갖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른 동기는 기왕에 많은 그림이 모였으니, 이것을 한 작가의 작품전개의 과정을 일관성 있게 보여줄 수 있는 산 자료로서 미술학도에게 공헌 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2인생의 일기'처럼 삶의 궤적을 엮어놓은 한 인간의 기록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노후를 생각하는 모든 이에게 하나의 'role model' 이 되고 싶기도 하다. 인간은 출생과 함께 하나의 캔버스에 삶의 궤적을 그려 가고 있다. 나는 외치고 싶다. 당당하게 내가 여기 있다고.그리고 오셔서 한번 보고 가시라고. 얼마나 열심히 그렸는지,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리고 마지막으로, 본 미술관을 통하여 지역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신인 발굴 프로그램을 수립하여 기회를 얻지 못한 유망 신인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동인 회원전, 아동 미술전 등을 개최하고자 한다. 이러한 용도로 지하화랑 76평을 사용하는 동시에 2층과 4층에 황진현 작품을 상설전시하여 이 미술관이 많은 분들이 마음놓고 드나들 수 있는 문화의 공간이 되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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